67.상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의 가치
큰아들은 식당 서빙 직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떙큐! 캐서린!' 하며 이름을 불러준다. 찰나의 순간 그녀 가슴에 달린 명찰에 이름을 본 것이다. 캐서린의 얼굴은 금방 달라진다. 큰아들이 캐서린을 다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름을 불러준 그 순간, 캐서린은 당신이 하는 힘든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의 핵심, 그것은 이름을 기억하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 기억해주고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에서 삶의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심지어 대통령에 오른 사람도 자신의 이름이 붙은 공항이나 고속도로가 생기면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대학 연구소나 건물 앞 명명권을 수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사기까지 한다. 워싱턴 D.C에 있는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은 미국 건국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미국 3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과 박물관은 1963년에 암살된 미국 35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빅토리아 여광과 그녀의 배우자 앨버트 공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뉴욕시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박물관을 설립한 사업가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솔로몬 R. 구겐하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것은 개인의 이름을 딴 유명한 건물의 몇 가지 예일 뿐이다. 역사, 예술, 과학 외 기타 분야에서 저명한 인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다. 그러니 남이 나서서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고 인정해 준다면 더더욱 행복할 것이다.
<사기>의 [자객열전]에 보면 예양이란 이름이 나온다. 예양은 지백이란 자를 섬기게 됐다. 지백은 진나라 육경의 한 명으로 세력이 강성했다. 예양은 그를 극진히 예우했다. 그런 지백이 조양자를 공격했는데, 오히려 한나라, 위나라와 연합한 조양자에게 패해 죽음을 맞이하고 후손까지 끊어졌다. 예양은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 주군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기로 마음먹고 조양자를 암살하려 했으나 여러 번 실패하다 결국 붙들렸다. 예양은 조양자의 옷이라도 칼로 베어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게 해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양자는 그의 기상에 크게 감탄하고는 사람을 시켜 자기 옷을 예양에게 갖다주도록 했다. 예양은 옷을 베어버리고는 칼에 엎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때 예양이 남견던 유명한 말이 사위지기자사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충성심의 극치를 보여준 일화다. 자기를 알아주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인정받는 가치가 이렇게 크다.
자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주고 애사심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 어이디어를 나열해 본다. 가장 흔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상장이나 감사패, 공로패 같은 것이다. 상장은 종이만 주지 말고 액자에 넣어 걸기 좋게 해주면 좋다. 이름이 적혀있고 인쇄가 되어 걸어 놓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엇이든 좋다. 권위 있는 사람이 인정한 것을 공개적으로 자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사옥 외부에 정원이나 나무를 심을 곳이 있는 회사라면 뜰 주변에 과일나무를 심고 각각 직원들 이름을 붙인 팻말을 붙여주면 좋다. 회사 내에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는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고 움직이지 못하고 자란다는 사실에 소속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과를 이룬 직원의 부모에게 선물이나 감사를 전하는 것, 사장의 차를 보내 아내와 자식들을 데려와서 공개 칭찬해 주는 것도 있다.
이런 일을 실속있게 가장 잘하는 곳이 국가 공무원 조직이다. 공적인 예우, 의전, 훈장, 상장은 모두 그 개인의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방법이다. 간첩을 잡는 군인을 헬기에 태워 휴가 보내는 일도 같은 맥락이다. 평생의 자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보상은 일시적인 보너스보다 효과가 더 크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의미는 그에게 인식의 대상이 되고 존재감이 생겨났다는 뜻이다. 그 이름을 칭찬하는 것은 그 존재가 의미있고 가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기의 존재감과 가치를 느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세상에 나의 존재감과 가치를 주는 사람을 위해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인가? 그러니 그들을 불러주고 인정해 주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라.
68.직원을 친구로 만들면 안되는 이유
직원들과 친해지면 개인의 삶과 직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다. 특히 사장으로서 당신은 직원들이 당신을 좋아하기를 원하고, 동시에 당신을 존경하기를 원하며 지시에 순종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원한다면, 보스와 버디 사이의 경계가 혼란스럽고 둘 다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일의 가장 참혹한 결과는 정말 좋은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 사장들은 흔히 좋은 사장이 되고 싶은 욕심에 직원들과 친근하고 격식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일을 통해 몇 번 상처를 받으면 이번엔 반대로 너무 권위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들어온 핵심 이유는 친구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좋은 업무 분위기는 친구 같은 사장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것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직장이란 누가 보스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곳임을 양쪽 모두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직원들은 직장에서 사장이 친구가 되는 것보다 상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장이 호감을 얻는 데 덜 집중하고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는 데 더 집중할 때 직원들은 오히려 당신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너무 친절하면 권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너무 사적인 것에도 함께 하고 회사 업무 외에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너무 개인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인적 수준의 인연이 적당하다.
예를 들면 그들의 결혼, 자녀의 졸업, 가족의 사망 같은 일은 챙겨주고 배려해도 함께 파티를 가거나 직원의 친구들과 친구가 되는 일은 안 된다. 개인적인 친구가 되면 공정한 관리자 또는 리더로서 지위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 직원들과 친구가 되려 하지 말고 친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적당하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도 너무 사적인 정보들이 공개되는 경우, 서로를 팔로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직원과 친구가 되면 회사나 유익한 결정보다 친구에게 유익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업무에서 실제로 편애를 보이지 않아도 특정 직원과 친구라면 다른 사람에게 편애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직원들 사이에 불신과 질투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 이런 직원이 이성이라면 엉뚱한 소문으로 그 직원의 경력과 평판을 망칠 수 있다. 또한 잘못한 일에 관한 지적이나 혼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어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반대로 공적 지적을 사적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일을 그르칠 가능성도 커진다.
당신이 직원들과 친해지고 친구가 되려는 것에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직원을 동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동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따뜻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진정한 우정을 쌓을 수도 있다. 분명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당신이 동료가 아니고 사장이기 떄문에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상사와 직원 관계의 관력 역학은 혁실적으로 진정한 우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관리자의 역할은 직원들의 업무를 판단하고 그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므로 관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따라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은 될 수 있지만 친구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이런 우정이 독점화되거나 더 깊은 우정을 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끔찍하게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직원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실제로 직원들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괜히 직원들과 친구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실제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그들 하나하나가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사장이다.
직원들의 성공은 당신과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안에서 그들의 가치가 인정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원들과 친구가 되지 말라는 이야기가 직원들과 좋은 관계가 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나는 당신이 직원과 친구가 아니어도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