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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학개론 5장.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라 91

by 뭉치탁이 2024. 3. 5.

91. 사장의 사춘기

경영자는, 특히 성공한 경영자는 사회에서 어른 대접을 받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무엇을 성공시켰다는 이유로 득도한 스님이나 성직자에게 묻는 모든 것에 답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강의를 다니다 보면 자녀 교육에 관해 묻거나 부부 문제, 혹은 실제로 종교적인 문제까지 질문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갈수록 경영자에 대한 사회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성공한 경영자는 미래를 보는 혜안, 리더십, 도덕적 윤리 의식, 품성, 심지어 유머 감각까지 모두 겸비하기를 바라고 있고 성공한 경영자는 당연히 그러하리라고 기대한다.

상황이 이러니 경영자는 완벽해야 한다. 아파도 안 되고 지쳐도 안 된다. 자기관리, 목표  의식, 전략수립, 재무, 인사는 물론이고 영업이나 마케팅에서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화와 가치관과 나이와 교육이 모두 다른, 수많은 직원을 이끌고 목표도 이뤄야  한다. 동시에 경쟁자도  막아야 하니 그 안의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최종 책임자라는 압박감은 아무리 능숙한 경영자라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러니 정작 자기 자신을 돌 볼 시간이 없다. 본인은 아파도 안 되고 힘들어해도 안 되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것조차 불경스럽고 회사나 조직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깨에 기대 있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해 관계가 모두 달라서 함부로 마음을 열고  상의를 할 친구를 구하는 일도 어렵다.

그런데 경영자도 역시 사람이다. 때때로 아프고 엄살도 피우고 싶고 누군가의 품에서 위로도 필요하다. 자신을 혼내거나 안아 줄 어른도 필요하고 그냥 골방에서 하루  종일 설명 없이 쉬어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결국 한 번 씩 크기 앓는다. 보통은 큰일을 마치고 난 후에 증세가 시작된다. 매각, 상장, 합병, 시장안착 등 한창 성공을 맛볼 달콤한 시기인데 막상 당사자는 그동안 살피지 못한 나를 그제야 돌아보게 된다. 그러니 이미 우울증, 조울증, 대인기피증, 공황장애에 노출 돼 있기 마련이다. 약점 노출을 극도로 조심해 왔고 완벽주의와 과도한 업무량을 유지하던 버릇 때문이다. 이를 병으로 인지하기까지 오래 걸리고 치료나 도움을 받는데도 익숙하지 않다.

일부 언론사의 조사에서는 무려 70%에 달하는 CEO들이 가끔 혹은 자주 자살을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떤 직업군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일본이 경제 침체기를 겪으며 한 해 자살자 3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경영자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현재  이런 병을 가진 사장들은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업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당연히 전문가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경영자의 건강은 회사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자신에 대한 경앙도 회사 경영 못지않게 신경을 쓰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회사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가치를 위해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사장의 사춘기는 누구나 온다. 이 마음의 사춘기를 잘 견뎌내지 못하면 회사나 개인은 사라질 것이고 어쩌면 둘 다 사라진다. 만약 성취 두ㅟ에 오는 공허함이라면 새로운 취미를 가져 다시 무엇으로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좋다.

나는 목공을 한다. 배울 것이 너무 많고 공구도  종류가 많다. 실력에 따라 가구가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새로 창업해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재미와 비슷하다. 이제는 솜씨가 늘어 판매할 정도까지는 못돼도 내가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리 없을 정도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면 공허함이 조금씩 사라진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병은 의사를 찾아가서 상의해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핑계가 이런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취미활동, 명상, 봉사활동 무엇이든 시작하기를 권한다.

 

절대로 회사 일처럼 내가 혼자서 알아서 하겠다고 고집부리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가 목숨을 다해 지키려  했던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 아픈 마음의 상처를 갖고 오히려  일에 더 중독되는 것처럼 위험함 것은 없다. 책임감이란 자신에게 휴가를 주는 일도 포함된다. 지금 쉴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경영자야말로 가장 휴가가 필요한 상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이 무의미해지고 고통을 끝내겠다는 극단적 마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특히 잘나가는 경영자는 아무도 이런 자기 고민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만 힘들고 내가 못나서 그런가 생각하며 자책을 가질 수 있다.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경영자의 문제이니 부끄러워 말고 문을 열고 나오기를 바란다.